포르투갈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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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선 뭘 가져와야 잘 가져왔다고 소문이 날까포르투 인, 리스본 아웃. 2022. 11. 2. 21:31
9일 차, 리스본 결국엔 끝나는 것이 여행이다. 비행 일정을 포함한 10일 남짓한 짧은 여행에도,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부모님을 따라나선 첫 해외여행은 4박 5일조차 길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10일도 찰나다. 여행을 추천하는 좋은 방법은 선물을 하는 것이다. 여행을 추억하는 좋은 방법도 기념품을 남겨오는 것이다. 이동 중 짐을 줄이려면 마지막 일정에 선물과 기념품을 몰아 사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여행 중엔 선물 사는 일 말고도 할 일이 많고, 결국 마지막에 쫓기듯 선물을 사게 마련이다. 라고스 일정을 끝내고 리스본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부터, 기념품을 무엇을 사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의 거리가 화려하지는 않다. 북적거릴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차분하다. 옅은 빛 벽에 붉은 지붕, 회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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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시면 꼭 연락 주세요포르투 인, 리스본 아웃. 2022. 11. 2. 21:29
8일차, 리스본 28번 트램 앞에서, 리스본. 2022/10/06 여행 전 이 나라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었다. 온 거리가 호날두 사진으로 덮여 있고, 축구 중계가 있는 날엔 모든 운전자들이 클락션을 울려 댈 것이라는 예상. 매우 외향적인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곤 “안녕하세요”, “꼬레아”, “마이 프렌드” 하며 호객행위를 할 것이라는 상상. 모두 처참히 틀렸다. 일정 후반에 접어들며, 포르투갈이 매우 편해졌다. 일정 내내 앞으로 둘러매던 가방을 이제는 옆으로도 뒤로도 들기도 했다. 여행에서 긴장을 풀면 안 되지 싶다가도, 이런 친절한 사람들이 내 뒤통수를 칠 것 같진 않았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모르겠다. 포르투의 식당이었다. ‘이번 주 남편이 포르투에 없어서, 손이 부족해서 느려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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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우다드를 이해할 것만 같은데포르투 인, 리스본 아웃. 2022. 11. 2. 21:22
6일 차, 리스본 우리보다 먼저 포르투갈을 여행한 엄마에게 여행기간 동안 여러 차례 문자를 받았다. 파두는 들어봤냐고. 볼 것 많고 먹을 것 많고, 어쩌다 보니 만나는 사람도 많았던 일정이라, 파두를 위한 시간을 따로 빼기가 어려웠다. 리스본에서 저녁 한 끼는 식사와 파두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파두 하우스에서 하기로 예약했다. 포르투갈 여행 동안 식당 예약이 몸에 배었다. 예약을 완료하고, 라고스를 떠난다. 벌써부터 라고스가 그립다고, 이 마을에서 하루를 더 보낼 걸 그랬다고 아쉬워하던 아내는 이내 잠에 들었다. 고된 일정이다. 포르투에서 매일 2만 보가 넘는 걸음을 걷고도, 끼니마다 와인 한 병씩을 비웠다. 리스본까지 세 시간, 차에서라도 쪽잠을 잔다면 조금이나마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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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포르투갈 두 병 더 데려갑니다.포르투 인, 리스본 아웃. 2022. 10. 17. 14:45
2일차, 포르투 이런 데서는 결코 취하지 않는다며 들이부을 때가 있다. 그중 으뜸가는 기억은 역시, 지리산 중턱에 있는 대학 선배의 고향집에서였다. 안 취하는 것이 아니라, 선선한 공기와 푸른 경치와 잔잔한 계곡 소리가 너무 좋아서 취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많은 취한 날들 중에서도, 취하지 못했던 기억들은 각별하다. 포르투갈에 머무는 동안 단 하루도 취하지 못했다. 이 착한 가격에 이렇게 좋은 곳에서,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과 이렇게도 훌륭한 와인을 놓칠 수는 없었다. 이른 점심부터 가볍게 시작하여 저녁엔 제법 묵직하게 와인을 즐겼지만 만취한 밤은 하루도 없었다. 살짝 붉어진 얼굴로 아내의 손을 잡고 매일 저녁을 거리로 나서, 대서양과 지중해에서부터 불어왔을 기분 좋은 바람을 맞았다. 포르투갈의 와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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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서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은 없다.포르투 인, 리스본 아웃. 2022. 10. 15. 11:13
1일 차, 포르투 한 차례 경유를 포함한 20시간의 비행은 길고, 8시간의 시차는 크며, 9일의 여행기간은 짧았다. 체력과 시간을 아껴야 했다. 여행 내내, 입장 대기줄이 긴 관광지는 피했다. 페냐 성, 제로니무스 수도원, 벨렝 타워는 내부를 방문하지 않았다. 신트라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고 싶어 한다는 무어인의 성, 유럽의 서쪽 끝이라는 호카 곶은 아예 가보지도 않았다. 짧은 일정에도 시간을 내어 방문했지만, 신트라나 코스타 노바, 아베이로 등은 다음으로 미뤄도 됐을 법도 했다. 대신 라고스의 해안선, 포르투의 강변, 리스본의 밤거리를 조금 더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유명하다는 곳을 건너뛰고 또 건너뛰어도 포르투갈은 즐길 거리가 많다. 추천받은 식당을 못 갔어도 맛있는 음식이 즐비하다. 순서..